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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촘촘히 짰던 독감 접종계획은 어쩌다 어그러졌나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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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무료 예방접종 대상 대폭 확대
구매·배분·접종·재분배 등 전영역 지침 있으나
일선 현장에서 지침 제대로 작동 못해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 독감 무료 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 독감 무료 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국가 차원의 예방접종계획을 총괄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올 한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계획을 짜는 데 꽤 공을 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증상이 비슷한 만큼, 최대한 유행을 억제해야 일선 의료기관이 겪을 혼선을 막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살 이하였던 무료 접종대상을 당초 올해는 13살로 한 살 정도만 높이려고 했는데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점을 감안,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18살로 대폭 높였다.

이것만으로 접종대상이 300만명 가까이 늘었다. 노인 무료 접종대상 역시 만 65살 이상에서 62살로 낮췄다. 목표 접종률도 작년보다 높게 잡는 한편 고령층 접종시기도 세분화했다. 안전한 접종을 위해 작년까지 권고사항으로 뒀던 '의사 1명당 최대 100명 접종'을 올해는 위반 시 위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고, 취약계층도 널리 접종할 수 있도록 촉탁의가 있는 사회복지시설서에서도 접종이 가능하게 했다.

백신을 제조ㆍ수입하는 업체로부터는 아쉬운 소리도 들었으나 싸게 사는 데도 성공했다. 우리 전체 국민 4명 가운데 1명치에 해당하는 1259만도즈를 도즈당 만원도 채 안 되는 값에 샀다. 시중 4가백신이 1만6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정된 예산으로 효율적으로 구매한 셈이다. 예방접종 기간 내 지역별로 접종률이 다를 것으로 보고 각 지역보건소와 공급업체, 위탁의료기관간 재분배 계획도 꼼꼼히 짜놨다. 국가출하승인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용내역을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일선 의료기관 참고용으로 배포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지침 가운데 일부. 지난해와 올해 달라진 점을 일목요연히 설명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일선 의료기관 참고용으로 배포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지침 가운데 일부. 지난해와 올해 달라진 점을 일목요연히 설명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독감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독감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일부 지역서 상온노출 의심 신고 접수
신고 없었다면 당국서 파악 못했을수도

이러한 만반의 준비에도 사달이 났다. 일부 지역에서 운송할 때 상온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아무리 완벽히 만든 지침이더라도 일선 현장에서 오롯이 녹아들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문제가 됐던 운송 과정에서 상온 노출 가능성 역시 바이오의약품이라면 충분히 염두에 둔 사안이긴 하다. 냉장유통(콜드체인)을 준수하도록 한 지침이 있었으나 일부에서 완벽히 지키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병청(옛 질병관리본부)은 백신의 구매부터 운송ㆍ배분ㆍ사후관리 등 전 영역을 다루는 관리지침을 해마다 만들어 예방접종사업에 걸쳐있는 모든 기관에 뿌린다. 200쪽이 넘는 분량으로 각 지자체나 보건소, 위탁의료기관 등이 해야할 구체적인 업무가 깨알같이 담겨 있다.

다만 이러한 지침이 각자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는지 관리ㆍ감독까지 모두 소화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독감백신 상온노출 가능성 역시 누군가의 신고로 당국이 처음 포착한 사안이다. 신고가 없었다면 모르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미지: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미지:연합뉴스>


상온노출 의심 조사중 백신 접종 2303명 늘어
접종시기 안지키고, 유·무료 백신 관리도 허점
당국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개선책 검토할것"

접종시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유ㆍ무료 백신 혼합관리 같은 사안도 이번 사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드러나기 힘들었을 일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상온노출이 의심돼 정부가 조사중인 백신을 접종한 이는 지난 2일 기준 2303명에 달한다. 당초 정부가 국가 예방접종을 일시중단한 지난 22일까지만 해도 조사중 백신을 접종한 이가 한 명도 없다고 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관리체계가 허술한 점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정부 조달 백신 접종현황을 조사하면서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닌 이에게 무료 백신을 놔주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점이 알려졌고, 이달 중순부터 예정된 노인 대상 접종도 한달 가까이 앞서 진행한 곳도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지침은 어겼지만 위탁의료기관에서 해제되는 수준의 처벌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문제가 백신을 포함해 정부가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위해 쓰는 돈은 백신 비용만 1500억원, 접종비용까지 합하면 5000억원에 달한다.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유료 접종분까지 더하면 훨씬 더 크다. 독감 예방접종 대상자는 국민 5명 가운데 3명꼴로 전체 국민의 절반이 넘는 이가 직간접적으로 얽힌 국가적 보건사업인 점을 고려하면 보다 확실한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백신에 대한 조사는 이번 주중 끝날 예정이다. 문제가 된 578만명분 백신 외에 나머지 700만명분 백신운송을 점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은 "(조사과정에서) 관리 부주의나 지침 미준수 등으로 접종했던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를 포함해 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개선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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